1995년 10월 9일 매일경제 - 성물과 운전매너
성물과 운전매너
친구가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다고 해서 나는 친구가 믿고 있는 종교를 상징하는 작은 장식을 선물했다.
자동차에 매다는 액세서리는 참 다양하다. 아이들이 타는 자동차에는 곰인형이 차창에 매달려 있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의 차에는 꽃바구니가 있다. 주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있느냐에 따라 차의 장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또 자동차 액세서리 중에는 종교에 관련돼 있는 것도 많다. 차주가 불교신자이면 연꽃이나 염주가 백미러 아래 걸리고 천주교인이면 묵주나 성체를 상징하는 스티커 또는 [내탓이오]라는 표어가 붙는다. 기독교인이면 십자가나 물고기 스티커가 달린다.
운전을 할때에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부쩍이나 안전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달아서 언제나 무사하기를 빈다. 그만큼 운전에는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교통질서는 단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서로 보호받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치기를 하거나 속도위반, 불법 추월을 하는 자동차에도 종교를 말해주는 장신구가 걸려있는 것을 종종 본다.
[내탓이오]가 붙어 있거나,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을 매달고 혹은 십자가를 달고 아무데서나 끼어들고도 고마움을 전혀 표시하지 않거나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냅다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왠지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솔선수범하여 믿음을 증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질서를 깨뜨리는 수가 있다. 게다가 종교를 상징하는 물품을 매단 차량이 출퇴근 시간에 작은 접촉사고로 자동차를 세워둔채 말다툼을 하여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목격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지만 몇몇 사람들의 지각없는 행동때문에 종교인들은 비난을 받게 된다. 선행을 할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다가 실수를 한다거나 부득이 질서를 깨뜨릴 경우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종교인들이 더 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친구는 내가 선물한 십자가를 이제와서 떼어냈다고한다. 친구는 차라리 십자가를 달지 않는 편이 때때로 편안한 감을 준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조양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