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9월 26일 매일경제 (칼럼) 장바구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들은 거의 동시에 흉내를 잘 낸다.
환경보호에 국민의 관심이 높은 유럽에서는 슈퍼에서 물건을 살때면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내에 잇는 슈퍼에는 물건을 사면 비닐 봉투 대신에 누런 재생봉투를 준다. 어쩌다 그 봉투를 받아올 때면 환경보호 실천을 하고 있는 슈퍼 주인과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광고지나 종이 봉투를 사용하는 곳은 또 잇다. 튀긴 고구마 번데기 풀빵 등 주로 길거리에서 파는 서민간식류가 그렇다. 비닐봉투를 사는 것보다 종이로 만든 봉투가 인건비를 따진다면 부담이 갈텐데도 대부분이 종이 봉투이다. 그 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환경에는 바람직하다. 옛날에는 시장에서 신문지로 야채나 생선을 싸서 주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비닐봉투가 신문지를 대신하였고 이제는 썩지않는 비닐봉투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산과 들 또 강가나 해변에 가보면 찢어진 시커먼 비닐봉투가 바람에 휘날리며 돌아다닌다.
나는 비닐봉투를 따로 모아 차곡차곡 잘 보관하였다가 생선가게나 건어물 상회 또 신발 수선집 등으로 다시 보낸다. 단지 가게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물건을 담았던 것이기 때문에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 최근에는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재활용이 되는 쓰레기 봉투가 나왔다.
지정된 비닐봉투는 탄산칼슘이 20퍼센트가 함유되어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안에다 담아 버리는 쓰레기는 바로 썩지 않은 일반 비닐봉투이기 때문에 과연 탄산칼슘의 비닐봉투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선진국에서는 산물건의 값을 치르고 나면 계산대에다 재활용비닐을 따로 두고 그걸 사서 물건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장바구니나 사용하던 비닐봉투를 가져온다고 한다. 외국에서 좋다는 것은 모두 똑같이 흉내를 내는 우리 주부들이 그런것 좀 흉내냈으면 좋겠다.
조양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