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1995년 9월 20일 (칼럼)
금붕어와 나 – 조양희
나는 금붕어를 바라 볼때마다 미안하다. 3년전 TV의 한 아침 프로에서 [한강이 죽어가고 있다]라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환경 오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출연 섭외에 기꺼이 응해 한강물의 오염원인을 조사하고 몇가지의 실험결과를 가지고 방송에 출연했다.
한강의 지천인 탄천이나 중랑천에서 거대하게 부풀어오르는 거품을 자주 목격한 나는 몇가지 실험을 해 보기로 하고 어항 네개를 준비했다. 어항마다 물의 양을 똑같이 하고 서로 다른 성질의 세제를 넣었다. 첫번째 어항에는 강력 화학 세제를, 두번째 어항에는 보통의 화학 세제를, 또 세번째 어항에는 일반 빨래비누가루를, 그리고 네번째로는 폐식용류로 만든 무공해 비누 가루를 타고 싱싱한 금분어 일곱마리를 각 어항에 풀어놓았다.
첫번째 어항의 금분어는 물에 들어간지 10분쯤 지나자 창자가 터지고 배설물을 내뿜으며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두번째 어항의 금붕어는 20분이 지나자 헤엄을 치지 못했고 꼼짝도 하지 않으며 배설물만 마구 내보냈다. 서너마리는 밑바닥에서 마치 죽은듯이 가만히 있다가 젓가락으로 건드리면 미미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세번째 어항의 금붕어는 한시간이 지나도 싱싱하게 헤엄쳤고, 마지막으로 무공해 비누가루를 푼 어항에 들어간 금붕어들은 여섯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없이 어항을 열심히 헤엄쳐 다녔다. 조금만 넣어도 때가 쏙 빠진다는 화학 세제 어항에 들어간 금붕어들은 30분만에 모두 처참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반면 빨래 비누 어항의 금붕어는 밤새 살았고 무공해 비누어항의 금붕어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일곱마리 모두 싱싱한채 아무럼 변화가 없었다.
나는 이튼날까지도 헤엄쳐다니는 금붕어들을 TV 방송국까지 들고가서 강물을 더럽히는 주범은 세제이며 세제는 물고기를 비롯한 모든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세제사용을 줄여줄 것을 간곳히 부탁하며 방송을 끝마쳤다. 방송이후로 금붕어를 볼때면 실험하다 죽어 간 금붕어들이 생각나 마음이 착잡해진다.
조양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