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잠실 아파트 주부 조양희씨 "합성 세제 덜쓰자" 밀가루로 설거지
1991년 9월 25일자 동아일보
서울 잠실 아파트 주부 조양희씨 "합성세제 덜쓰자" 밀가루로 설거지.
힘은들지만 세척효과 만점
식초로 머리 헹궈 공해 추방
주부 조양희씨는 지난 89년부터 세제대신 밀가루를 이용, 설거지를 하고 있다.
또 머리를 감을때는 집안식구들이 모두 비누와 식초를 사용한다. 샴푸대신 비누, 린스대용품으로 식초를 물에 타 머리를 헹궈내고 있는 것이다.
"3년 전쯤의 일입니다. 저희 집은 아파트 1층인데 어느날 보니까 욕실 하수구에서 세제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지 않겠습니까. 각가정에서 세제를 많이 써 그 거품이 제때 제때 흘러내리지 못하고 역류한 것이지요. 말로만 듣던 수질오염이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씨는 이웃들과 이 문제를 의논, 세제를 덜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냈고 여기에서 [밀가루]와 [식초]를 사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처음에는 잠실성당 신자들끼리 [세제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희 아파트에 사시는 열다섯분의 주부들이 매일 한자리에 모여 아침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종종 환경문제가 화제로 떠오르곤 하거든요. 저희들끼리 [밀가루와 식초의 효과]를 확인하고는 반상회를 통해 세제 덜쓰기 운동을 확산시켜 나갔습니다."
[밀가루 설거지]의 경우 세제대신 밀가루를 물에 풀어 그릇을 닦으면 된다. 다소 힘은 더 들지만 효과는 유명세제못지 않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조씨는 또 세탁을 할때도 비누로 비벼 빤다음 세탁기로 헹궈낸다. 이렇게 하면 때가 더 잘빠지고 세제사용량도 절반이하로 줄일수 있다는것.
"우리 주부들이 큰 착각을 하고 있는것 같아요. 무조건 거품이 많이 나면 좋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그게 아닌데..."
조씨는 환경보전의 첫걸음은 절약이며 이는 가정에서부터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믿고있다. 덜쓰는 만큼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것이고 이런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곧 환경 교육이라는 것.
조씨가 가족 나들이때 1회용 종이컵을 준비하지 않고 집에서 플라스틱컵을 작고 나가는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씨는 세자녀(2남1녀)에게 늘 도시락 음식을 남겨오지 말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많다지 않습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버리는 음식 찌꺼기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주부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쓰레기를 많이 줄일수 있을텐데..."
조씨는 88년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공모에 [겨울외출]로 당선, 40대 문단에 데뷔한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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