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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27 11:55
1990년 1월9일자 동아일보 -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 박옥조 할머니
 글쓴이 : 관리자 (86.♡.251.43)
조회 : 2,022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 박옥조 할머니 6순 주름살에 피운 문학소녀의 꿈

동아일보 1990년 1월9일자

6순 주름살에 피운 문학소녀의 꿈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 박옥조 할머니 [물빛새벽] 6.25때 간호장교로 겪은 체험 그려 "타오르는 생명력으로 [문학의 십자가] 지겠다 30년은 더 써 한을 풀고 싶은데 나이많아 아쉬워"
외손자만 일곱을 둔 66세의 할머니가 6.25 전쟁을 다룬 젊은 감각의 소설 [물빛새벽]으로 전통있는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공모에 당선됐다.

조용하지만 빠른 말투로 "늦게 받은 상이 부끄럽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박옥조씨

얼굴의 주름살에도 불구하고 그의 잔잔한 목소리에는 문학소녀다운 싱싱한 낭만이 가득한듯했다.

"일제가 앗아간 소녀시절의 문학에의 열망이 한이 되어 도저히 늙을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요. 이제 겨우 작가로서의 출발점에 서게 됐지만 깊어진 한의 골짜기 때문에 더욱 기쁩니다."

그 기쁨때문에 이젠 늙을수가 없을것 같다는 말이다. 대구 태생으로 일본에서 고등여학교를 나온 박씨는 여고시절부터 작가에의 꿈을 키워갔는데 일제치하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세브란스 간호학교에 들어갔고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야만 했다.
소설 [물빛새벽] (여성동아 신년호에 연재 시작)은 전쟁의 비극을 [사랑과 평화의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이야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랑 앞에서 눈 녹듯 스러지고 말 허허로운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휘청거리는 인간군상과 그들 사이의 사랑과 미움의 휴머니즘을 그린 것이다. 6.25때 간호 장교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픽션화한 작품. 결혼과 함께 붓을 놓았던 박씨는 30년 전부터 다시 문학에의 꿈을 사르기 시작했다. 봉사와 희생으로 일관하는 여리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강인한 전형적인 한국여인을 주인공으로한 소설을 주로 써왔다.

"인간에 내재된 불꽃과도 같은 생명력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싶어요. 그런데 역시 나이탓인지 낭만이나 추억, 짜릿함 등의 감성이 둔화되는것을 느껴요."

앞으로도 30년은 더 써서 한풀이를 해야겠는데 나이가 들었다는것이 무척 아쉽다는 얘기. 2년전 큰딸 조양희씨가 [겨울외출]이라는 작품으로 같은 여성동아 공모행사에 당선이 된것이 큰 자극이 됐다는 것이다. 5년전 공군 장교 출신으로 통신 분야에서 일했던 남편을 여의고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딸들은 모두 출가하고 대학생인 아들과 함께 산다.

"자칫 말한마디만 잘못해도 [빨갱이]로 몰리던 시절은 우리 모두에게 큰 손실이 었다"고 박씨는 말한다.

지난날 자유로운 사고를 제한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자신을, 자신 작품의 주인공들을 숨막힐듯 부자연스럽게 제약해왔다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사랑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것 같아요. 세상을 오직 투쟁관계로만 보는 이들에게 결국은 사랑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게 작가가 된 나의 의무라고 믿고 있습니다."

독실한 천주교신자다. 자신을 [문학의 십자가]를 메고 가도록 채찍질하고 힘을 주는 배경이 바로 종교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신문사 잡지사의 소설공모에 여러차례 출품, 가작이나 장려상을 받은적은 있으나 번번이 당선의 문턱에서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몇차례는 전문가들로부터 [가능성]에 대한 격려를 받기도 했다.

"묵은 고리짝속에 같혀있던 내 소설의 착한 주인공들이 이제 모두 나서서 다시 나를 격려합니다. 나이가 남들보다 좀 많다는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되겠어요."

손자들 재롱이나 즐기며 편안한 노년을 즐길 나이에 [가능성을 시험받겠다]는 도전장을 던진 박씨의 야심찬 문매응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생명력을 주는 것이다.

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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