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0년 3월 15일자
Book Story - 푸른 환경도시로 다시 태어난 런던을 담은 환경 에세이
<런던 하늘 맑음> 조양희, 박진호 지음. 시공사 펴냄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세계 최초의 친환경 올림픽’으로 개최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을 정도로 친환경 도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런던 스모그’ 탬즈강의 악취’등으로 환경 오염의 대명사가 된 런던이 기나긴 노력 끝에 환경도시로 거듭나게 된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는 낯설겠지만 ‘친환경 건축’은 런던 시민들에게 이미 익숙한 단어다. 우리보다 한 세기는 빨리 ‘환경오염’의 재앙을 뼈저리게 경험한 그들은 환경을 지키는 길이 곧 자신들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독자들에게 ‘도시락편지’로 익숙한 조양희 작가는 이러한 런더너(Londoner)들의 인식 속에 만들어진 맑고 푸른 런던의 풍경들을 딸과 함께 <런던 하늘 맑음>에 그려냈다. 환경도시 런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친환경 건축물들을 직접 찾아가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다. 이책은 어려운 이론이나 수치만 가득한 정책보다는 실제로 탐방하고 찍은 사진을 통해 생생한 친환경건축의 현주소를 담아냈다.
런던 최초의 친환경 주택 단지 베드제드, 독극물에 오염돼 버려졌던 그리니치 반도에 들어선 밀레니엄 돔과 밀레니엄 빌리지 등 대형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문에 뚫어놓은 번지수가 햇빛을 받아 길가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운 케빈의 집, 집 자체를 식물로 둘러싸 시간이 흐를수록 초록으로 변하는 톤킨리우의 그로잉 하우스 등이 인상적이다.
특히 옛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보존하여 친환경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라운드 하우스와 캠든 마켓, 존 소앤 박물관 등도 런던과 런더너들의 친환경 의식을 보여주는 곳이다. 할머니때부터 써오면 윤나게 닦아둔 부엌의 오븐, 닳고 닳은 현관의 손잡이들, 150년전 모습 그대로 사용되는 지하철 등도 환경적인 면에서 높이 평가 받을만하다. 이렇듯 런더너들의 인식 속에는 ‘New(새 것)’가 아니라 ‘Reuse(재활용)’가 자리잡고 있다.
조양희 작가는 “런던의 지하철을 보면 런던사람들은 리모델링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진단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물건을 버릴줄 모르는 그들을 보면서, 설사 불편하더라도 과거와 역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늘 보고 자라는 후손들은 자연스럽게 친환경 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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